[함께 알아보는] 성분화 이상

입력 : 2005-01-18 00:00:00 수정 : 2009-02-20 02: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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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야? 여자야? '외모론 헷갈리네'

''성분화 이상'을 아십니까?' 경남 진해에 사는 여고 2학년 강정연(가명)양. 방학을 맞아 대학병원의 비뇨기과를 찾았다. 통 생리가 없어서 산부인과엘 갔더니 비뇨기과 진료를 권한 터였다. 비뇨기과 전문의는 강양을 진찰대에 눕히고 진찰을 해보았다. 외부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질과 음핵(외성기) 등은 잘 발달되어 있었지만 체모가 거의 없었고 질이 약 2cm 정도 부위에서 막혀 있었다. 비뇨기과 전문의는 '자궁무형성증'이나 '반음양' 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반음양(半陰陽)?'

여성과 남성의 성적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외성기만으로는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분간하기가 모호한 경우를 말한다. 요컨대 반은 여성,반은 남성이란 뜻이다. 성의 발육 즉,성분화가 잘못되면 이런 일이 생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모들이 자칫 무관심하게 지나치면 놓치기 쉬운 질환 가운데 하나이다.

영어로는 '허마프로다이트(Hermaphrodite)'라고 한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남성의 상징인 '헤르메스(Hermes)'와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Aphrodite)'의 이름을 합성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특징을 모두 가졌다는 이유로 반음양인들을 '완벽한 인간'으로 칭송했고,많은 사회적 혜택을 부여했다. 그러나 그것은 고대 그리스의 상황일 뿐,지금은 고통을 수반하는 기형적인 질환으로 이해될 뿐이다.

반음양은 외성기만으로는 성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고환,혹은 난소의 유무와 성염색체를 따진다.

외모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관 없이 고환과 난소를 모두 갖고 있으면 남녀 구분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진성반음양'이라 한다.

외모는 여성이거나 남녀 구분이 잘 안되는 반음양처럼 보이는데 성염색체상 남성이라면 '남성가성반음양',외모는 남성이거나 반음양처럼 보이는데 성염색체상 여성이라면 '여성가성반음양'이라고 한다.

원인은 성염색체 이상이나 성호르몬 이상 탓인데 외성기가 태어날 때부터 이상한 경우도 있지만 출생 시에는 정상이었다가 자라면서 외성기가 이상하게 변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여고생은 출생 시에는 물론 성장 과정에서도 여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던 경우다. 잘 발육된 유방,외성기,신체의 곡선,골반 등 모든 것이 여성이었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에서 자궁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고,염색체 검사에서는 남성임이 확인되었다. 게다가 고환까지 있었다. 최종 진단명은 '고환여성화증후군으로 인한 남성가성반음양'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호르몬 이상으로 인해 남성이 여성으로 분화했다는 얘기다. 원래 남성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아서 넘쳐나면 이 잉여 남성호르몬은 여성호르몬으로 바뀐다. 이 여고생도 고환에서 만들어진 남성호르몬이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성분화 이상은 성호르몬 같은 약제와 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 성분화 이상을 발견했을 때는 대부분 이미 형태학적인 변화가 온 상태이므로 약제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수술을 하게 된다.

앞에서 예로 든 강양은 여성으로 사회생활을 해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여성으로 만드는 수술과 약물 처방을 받았다. 양쪽의 고환을 제거하고 질 성형술을 실시함으로써 임신은 불가능하지만 성생활은 가능해졌다.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특징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성호르몬을 복용했다.

이 밖에 여아한테서는 태어날 때부터 외성기가 모호하거나,처음에는 정상적인 여성 외성기를 가졌는데 성장할수록 외성기의 형태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요컨대 음핵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달리 크거나,질의 모양이 좀 이상하게 보이거나,대음순이 합쳐져 있거나,남아의 음낭처럼 가로 주름이 많거나,소변이 배출되는 요도구와 질을 제대로 구분하기가 힘들거나,그럴만한 나이가 되었는데도 생리가 나오지 않는 경우 등이 이런 유형에 해당된다.

물론 성분화 이상은 남아한테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음경 밑에 질처럼 생긴 구멍이 있거나,요도구가 귀두 부분에 있지 않고 음경이나 음낭 부분에 있거나,양쪽 음낭의 크기와 모양이 보기에 이상하다면 십중팔구 성분화 이상이거나 선천적 기형일 가능성이 높다.

남성 성분화 이상 중에는 '클라이네펠터증후군'이라 불리는 것도 있다. 겉으로 보면 완벽한,사실상의 남성인데 음경과 고환이 좀 작고 나아가 정자를 만들지 못하는 질환을 말한다.

남아 1천명당 1명이 발견되고 있다. 훗날 불임 탓에 병원을 찾았다가 이 질환을 발견해내는 경우가 더러 있다.

태어난 후나 성장하는 도중에 아이의 외성기가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비뇨기과 전문의를 만나볼 필요가 있다. 이광우기자

leekw@busanilbo.com

도움말=인제대 부산백병원 비뇨기과 민권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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